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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9/04/03  이화실
엄마는 영원한 92세

4월의 주요 일정을 메모하려고 달력을 들여다 보던 나는 “식목일, 청명”이라 적혀 있는 4월5일에서 멈추고 말았다.

 

청명은 성묘가는 날인데~~

 

1년9개월전, 엄마는 92세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생전 유언에 따라 엄마의 골회를 아버지의 골회가 뿌려진 아스하강에 뿌리다보니 청명절이 돌아와도 성묘 할 부모님 산소가 없는 것이다.

 

평안남도 안주군 대리면 리성리 순흥안씨 안방석의 첫째 딸로 태어난 엄마 안계순은 세살 때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외할아버지께서는 항일운동가로 지목되어 일본인을 피해 다녀야만 했기에 홀로 이집저집 친척집에 얹혀 살다가 10살 나던해에 맘씨 착한 엄마의 사촌 형부가 할빈금강국민학교에 보내주어 고등학교를 나왔다.

 

당시, 일본이 중국 할빈을 통치하고 임시 위만정부를 건립하여 “신학제”를 실시하고 일본 문화를 강요시킬 때여서 엄마는 본의 아니게 일본어를 배웠다. 아울러 중국어와 조선어도 능숙하여 3개국어를 아는 동시대인들 중 흔치 않은 유식자중 한사람이었다.

 

해방후 할빈 모 중학교와 중앙직속기업인 아성계전기 대기업에서 인재등용으로 여러번 찾아 왔으나 아버지가 동의 안 하시고 또 임신중이어서 못 갔다고 엄마는 썩 훗날 못내 아쉬워 하셨다.

 

1남6녀를 슬하에 둔 엄마는 승부욕이 강하고 완벽함을 추구하며 또 “일복” 많은 아버지를 만나 “사서 고생도” 많이 하셨다.

 

1980년 1월,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 뜨는 바람에 농촌에 있는 엄마의 고생은 더 할나위 없었다.

 

1990년1월, 한국에 계시는 큰엄마의 초청을 받아 엄마는 넷째딸인 나랑 같이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아 보고 아버지 고향인 충청남도 공주시 계룡면 월암리에 가서 함평리씨 가문의 어르신님들을 만나 뵙고 한달만에 귀국했다.

 

2010년 가을 한국에 재입국. 이듬해 봄에 심근경색 치료로 스텐트 삽입시술을 받고 1년후에 귀국하셨는데 한국행은 그번이 마지막이었다.

 

저승사자가 언제 올지 모른다며 엄마는 당신의 수의를 일찌감치 손수 지어 놓으셨다.

 

“내가 죽게 되면 이 수의를 입히고 골회를 네 아버지 골회가 뿌려진 아스하강에 뿌려라. 아버지 따라 바다로 흘러 한국 가서 네 아버지 만나 거기에 있을 거다. ”

 

“엄마는 백세까지 끄떡 없을 텐데. 수의는 왜 벌써~~”

 

어느날 엄마의 사후 부탁에 나는 눈시울이 불거져 볼멘소리가 나갔다.

 

그러던 2017년8월19일 아침. 엄마의 약을 사려고 병원 가서 약 처방을 들고 나서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화실아, 빨리~~엄마가~~" 다급한 셋째언니의 목소리에 나는 처방을 버린채 황급히 달려나와 택시에 올랐다.

 

“엄마,엄마~” 울부짖으며 뛰어 들어갔는데 조용히 누워있는 엄마는 맥박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했다.

 

언니가 심페 소생술을 하면서 가슴을 네번 누르면 나는 있는 힘껏 입김을 엄마 입에 불어 넣었다.

 

한번, 두번, 세번~~

 

"엉~~엉~~엄마~~" 나는 미친 사람 같았다.

 

전날 저녁만해도 엄마는 우리 자식들이랑 많은 얘기를 나누며 김종운작가가 쓴 "나의 일생과 나의 외가집"이란 책에 엄마 안계순에 관한 내용이 있는데 그중 와전된 부분을 지적해 주기까지 했다.

 

그런데 갑자기 대면적 심근경색이 오면서 세상을 뜨다니.

 

실감이 나지 않았다. 우리 집에 오셔서 칠색 꽃 방석과 쏘파의 커튼을 뜨던 모습이 엊그제인데. 며칠 전까지만 해도 병실에서 신문에 실린 깨알같은 중국글들을 돋보기도 안 끼고 읽으셔서 사람들을 깜짝 놀래웠는데, 그리고 나의 요청에 의해 일본 노래를 불러주며 가사를 통역해 주던 엄마가 이렇게 92세 일기로 영영 인생의 돛을 내리실 줄이야~~

 

세월이 흘러 또 청명이 다가온다. 이날은 조상의 묘를 참배하고 제사를 지내는 중국의 전통명절인데~~ 엄마가 사무치게 그리워 난다.

/이화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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