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도 그리던 뉴질랜드로
오매 불방 그러던 날이 밝았다. 2019년 3월 26일 오후 4시, 나는 인천공항에서 중국 廣州에 가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중국 광주 백운공항에서 4시간을 기다려서야 뉴질랜드 오클랜드 가는 비행기 탑승 절차를 재 다시 밟을 수 있었다. 중국 광주에서 비행기 탑승 시간은 중국시간으로 12시이고 뉴질랜드 오클랜드까지 비행 소요 시간은 12시간이다. 오클랜드 할인 항공요금은 왕복 ￦75 만 원인데 두 달 전에 아들이 예매했다.
생각 같아서는 아득하고 막연하지만 정작 탑승한 후. 두 번 기내식에 입맛대로 맥주, 위스키를 한 잔씩 하고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하다 보면 지루한지도 모르고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내가 이번 뉴질랜드에 오게 된 원인은 첫 번째는 며느리 첫 출산 때문이고 두 번째로는 뉴질랜드 관광이 목적이었다. 그리고 아들이 뉴질랜드 영주권을 취득하면 비즈니스를 어떤 방향으로 실행해 나갈지, 현지답사를 하기 위한 점도 있다. 뉴질랜드 영주권을 취득하면 인생 반전을 누릴 수 있다. 아이들이 태어나서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공부하는 비용과 가족의 병원 치료비는 모두 무료이고, 설사, 실업을 해도 정부에서 실업급여를 꼬박꼬박 챙겨 주는 것이 뉴질랜드이다.
며느리의 출산 날은 4월 10일인데 우리가 출발하기 전인 3월 24일에 병원에서 조산하였다. 기이한 것은 아시아에서 온 산부들 85%가 뉴질랜드에서 조산한다고 한다. 뉴질랜드 식물이 한국과 비교하면 20배의 속도로 더 빨리 성장한다고 하던데, 혹시 식물과 인간 사이에 그 어떤 상호 작용이 없는가 하는 호기심을 가지기도 했다. 며느리는 조산했지만, 산모와 아이들이 모두 건강하다고 해서 다행이었다.
나는 몇 년 전부터 뉴질랜드를 소개한 책자를 보고 동경심을 키워왔었다. 개발보다 보존에 힘을 쓰는 나라,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지상낙원,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청정의 나라, 사과나 과일을 씻지 않고 그냥 먹는 나라, 비가 내려도 우산을 사용하지 않는 나라, 어린이와 시민들이 신발을 신지 않고 다니는 나라, 양들의 천국, '반지의 제왕' 촬영지…이곳이 바로 뉴질랜드 국가이다.
뉴질랜드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낮은 인구밀도로 사람이 살기에 매우 쾌적한 나라이다. 국토 면적은 270.534㎢고, 남한과 북한이 합친 면적보다 조금 더 크고, 인구는 520만 명이다.(23년에 통계) '얼음의 섬'이라 불리는 남섬과 화산이 많은 북섬, 그리고 크고 작은 섬, 600개로 이루어졌다. 수도는 웰링턴이다. 뉴질랜드 시민들이나 정부에서도 환경 훼손하는 걸 제일 싫어한다. 때문에, 한국처럼 큰 리조트가 없다.
계절은 한국과 완전 반대이고, 한국이 여름이면 뉴질랜드는 겨울이다. 뉴질랜드 여름은 한국보다 훨씬 시원한 서안해양성 기후이기 때문에 한국처럼 덥거나 습하지 않다. 겨울은 0도로 내려가지 않는 온도이지만, 하루 안에 4계절이 다 있는 변덕 많은 기후이다.
유럽계 백인이 70%를 차지하고 원주민 마오리족은 8.8%이고 다음으로는 중국인이다. 지금도 거리에서 신발 신지 않은 시민들을 많이 보고, 남자나 여자들이 멋도 부릴 줄 모르고 외출복이 없는 사람이 50%가 된다고 한다. 뉴질랜드 사람들은 알굴에 문신하고 다니는 사람이 많아, 서로 간에 외모 지적하는 행위는 한국의 반대로 거의 없다.
뉴질랜드는 나라의 복지가 잘 되어 있고 사람들의 생활이 매우 안정적이며 외국으로부터 침략받은 역사가 없어 특정 국가의 외국인에 대한 선입견이 없다. 청정 자연 속에서 바쁜 일이 없고 항상 느긋하게 살아서 만사에 여유가 있다.
뉴질랜드는 자연관광이 주요한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개발보다 보존에 힘을 쓰고 있다. 예를 들면 남섬 퀸스타운에서 밀퍼드 사운드까지 길을 새로 놓으면 1시간이면 갈 수 있는데, 예전 방식대로 빙빙 돌아서 4시간이나 가야 한다. 터널을 뚫고 새로운 길을 내면 자연환경을 파괴한다는 이유 때문이란다. 아들이 이런 나라에 살고 있으니, 부모가 된 마음이 뿌듯했다.
소박한 오클랜드 국제공항
오클랜드 국제공항에 내려 눈에 띄는 것은 공항 업무를 담당하는 마오리족을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오리족은 체격이 크고 활달해 보였고 그들의 말소리는 파란 하늘처럼 경쾌하였다. 그들은 독특한 ‘코인사’로 환영하는데, 두 번은 환영의 표시이고 세 번은 당신을 남편이나 부인으로 삼기를 원한다는 의미란다. 뉴질랜드는 조용한 나라라는 거는 알고 있었지만, 오클랜드 공항의 소박함은 생각 밖이었다.
인천공항과 중국의 광주 백운공항에 비교하면 너무나 단조롭고 간소하였다. 공항을 빠져나오는 데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다만 음식물을 미리 신고하고 특별한 것만 아니면 반입할 수도 있단다.
공항 출구까지 나왔을 때는 뉴질랜드 시각으로 오후 5시였다. 아들이 이미 초조하게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들은 한국에서 공부하다가 스웨덴에서 1년 유학을 하고 대학 동창의 소개로 뉴질랜드에서 2년 유학을 하다가 그곳에서 정착했다.
아들은 만사에 느긋하고 여유가 있는 이곳 사람들이 좋고, 오염이 되지 않은 청정의 나라 뉴질랜드가 살기에 쾌적하다면서 영주권을 취득하여 이곳에서 자라를 잡고 생활하기를 원하였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상업 도시 오클랜드시
오클랜드 공항에서 나오자, 잉크를 풀어 놓은 듯한 너무나 파란 하늘이 인상적이었다. 높이 떠 있는 흰 구름은 큰 파도가 벼랑에 부딪힐 때 사방으로 부서져 나간 은빛 비말과 하얀 물보라처럼 장관이었다. 공기는 매우 맑고 시원하였으며 습도가 높지 않았다. 차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는 길 양편에는 넓은 초록 들판이 보였고 공장 같은 공업단지는 볼 수 없었다. 바닷가 요트 정박장에는 오클랜드가 요트의 도시라는 별칭처럼 흰색의 요트가 많이 정박해 있었다.
내해를 이루는 오클랜드 앞바다는 매우 잔잔하였고 때로 바람이 한번 스칠 때만 작은 파도가 바위를 살짝살짝 때리며 하얀 거품을 토해내고 있다. 수많은 흰 갈매기들이 조용한 바다 위에 낮게 떠서 한가로이 날갯짓하고 있었다. 오클랜드시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상업 도시고 인구는 약 150만 명이다. 1865년 뉴질랜드 수도가 웰링턴시로 변경하기 전까지 뉴질랜드 수도였고.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항구인 와이터마타항도 오클랜드시에 있다.
오클랜드에서 로토루아까지 모두 목장이다
아들의 집은 오클랜드에서 차로 세 시간 달리는 거리. 뉴질랜드에서 두 번째로 큰 관광 도시 로토루아시에 있었다. 시내를 벗어나자 길 양옆에는 넓은 평야와 구릉지로 형성된 초록의 목초지와 초원이 눈 앞에 펼쳐진다.
저녁 무렵이 되자 푸른 잔디잎에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였고, 강렬한 주황색 석양빛이 잔디 이슬에 반사되어 금 구슬을 뿌려 놓은 거 같이 영롱하였다. 목화 꽃같이 굴러다니는 흰 양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양치기 개는 경계를 풀고 그늘 밑에서 누워 잠을 자는 거 같았다. 멀리서 바라보면 얼룩이 젖소들의 풀 뜯는 광경도 볼 수 있었고, 몽골포 같은 하얀 집들이 초원 한가운데 드문드문 한 채씩 보이는데, 사람들은 얼씬도 하지 않았다. 석양 아래 평온한 풍경과 아늑한 푸른 초원, 그리고 한가로이 풀을 뜯는 양들이 너무나 평화롭게 보였다.
아버님, 어머님 환영합니다
뉴질랜드 시각으로 밤 9시에 우리는 아들 집에 도착하였다. 뉴질랜드는 한국보다 시차가 4시간 빠르고 중국보다 5시간 더 빠르다. 출산한 지 3일 된 며느리는 병원에서 퇴원하지 않았다. 저녁 메뉴는 소고기 등심구이였다. 아들의 마오리족, 중국, 한국, 인도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비행기로 12시간 날아오는 1만 Km의 거리인 뉴질랜드에서 이들이 서로 친구가 되었다는 것은 대단한 인연이 아닐 수 없었다. 인도인들은 고기를 먹지 않고 손으로 안주를 집었지만, 누구도 개의치 않았다. 분위기가 활발해지자 모두 술을 많이 마셨다. 술 앞에서는 종족이 따로 없었다. 이곳의 습관은 파티에 참석할 때 참가자들이 자기가 마시는 술은 자기가 구매해 와서 서로 나누어 마신다. 그들은 서투른 한국말로 “아버님, 어머님 환영합니다.”라면서 유명한 뉴질랜드 포도주를 한 잔씩 우리에게 부어 주었다. 향긋한 술 향기가 풍기고 맛도 좋아서 연속 건배를 했더니 나는 금방 취해 잠들어버렸었다.
이튿날, 눈을 뜨고 시계를 보니 뉴질랜드 시간, 아침 7시였다. 벌써 창밖에 강렬한 햇빛이 커튼을 뚫고 집안을 환하게 비추었었다. 문을 열고 나오자, 짙은 잉크색 하늘과 초록색의 정원, 그리고 높고 부드러운 흰 구름이 두둥실 떠 있는 풍경이 두 눈에 들어왔다. 뉴질랜드는 난천백운(蓝天白云)의 나라라고 알려지는데, 오늘 직접 체험하게 되었다. 주택은 대부분 예쁜 단층집이고 멋진 가로수 풍경과 전원주택이 십자수를 놓은 듯 깔끔하게 펼쳐져 있었다. 집마다 1000㎡씩 되는 정원은 질서정연하게 가꾼 잔디밭이고 곡식이나 채소를 심은 것은 볼 수 없었다. 그리고 뉴질랜드에서는 정원에 채소 심는 것이 절대 금지되어 있었다.
단층집들의 지붕은 붉거나 주황색이라서, 파란 하늘과 초록의 호수 색과 잘 어울렸다. 비록 초가을이지만 정원 앞의 고목에 무성한 푸른 잎들은 더없이 싱싱하고 풍만하여 다치기만 하여도 초록색 진액이 곧 흘러나올 것만 같았다. 맑고 시원한 공기를 들이켤 때면 폐부를 말끔히 씻어 낸 듯한 쾌감을 느꼈다. 정말 몽환 같은 아침이었다. 나는 비로소 지구 뒤쪽에 있는 목가적인 청정의 나라 뉴질랜드에 왔음을 실감했다.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우리 부부는 로토루아 병원으로 며느리와 손녀를 보러 갔다. 병원 주위에는 키 작은 관목과 고목이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었다. 여기는 낙엽이 가을에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봄이 되면 연두색 새싹이 나오면서 어미 나뭇잎을 가지에서 밀어낸다. 병원 앞에는 뉴질랜드에서 두 번째로 큰 로토루아 호수가 눈에 펼쳐져 있었다.
호수는 넓고 광활하여 정말 바다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일망무제로 펼쳐진 호수는 조용하고 잔잔했고 안정감이 있어 일상에 쌓였던 스트레스를 몽땅 쏟아 넣어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넉넉히 받아들일 것만 같았다.
병원은 매우 깨끗했으며 환자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백인, 마오리족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한가로이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방문객은 낮 10시부터 12시까지 병원을 방문할 수 있고 그 외의 시간은 금지되어 있었다. 며느리는 몹시 반가워했고 건강 회복이 잘 된 것 같았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첫 손녀를 안는 순간 강렬한 본능적 사랑이 가슴속에서 솟구쳐 올랐다.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신생아의 얼굴을 바라보니 입가에서 웃음꽃이 절로 피어났다. 생명의 연속이며 희망의 꽃봉오리인 손녀는 이유도 없이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금방 애를 낳은 산모의 점심 메뉴를 보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손바닥만 하게 크게 썰어 놓은 바싹 마른 빵조각과 냉장고에서 금방 꺼낸 요구르트와 차가운 음료수뿐이었다. 그러나 다른 병실의 마오리족 산 부인들은 아주 맛있게 먹고 있었다. 마침 아내가 아침에 끓인 미역국과 쌀밥을 가지고 와서 며느리는 땀을 뻘뻘 흘리며 잘 먹었다. 다 먹고 난 며느리는 그제야 잊은 듯 “어머니, 아버지 환영합니다”라고 인사말을 했다.
버스 안에서
이튿날 아침, 아들이 출근해야 했기에 내가 도시락을 며느리에게 가져다주었다. 비록 한국에서 국제면허증은 바꾸어 왔지만 차 보험을 하지 않아 대중교통을 이용해야만 하였다. 뉴질랜드에서는 인구가 적다 보니 장거리 버스와 기차, 택시와 같은 대중교통은 운행 편수가 적었다.
대신 요금이 매우 비싸며 콜택시 같은 경우 구경하기도 쉽지 않았다. 버스정류장에서 20분 대기하니 중형버스가 왔다. 때마침 출근 시간이기에 승객이 많아 뒤쪽으로 밀려갔다. 병원까지 두 정거장 남았을 때 차 안에 승객들이 발 디딜 공간조차 없었다.
버스 안에 대부분은 여자들이었고 모두 마오리족과 유민(島民, 작은 섬나라에서 온 사람들)뿐이었다. 사실 머릿수는 몇 되지 않지만, 마오리족 여자들이 엉덩이와 아랫배가 마치 바람을 가득 넣은 타이어 튜브같이 굵고 비만하여 이미 차 안을 빈틈없이 꽉 채우고 있었다.
이곳 남녀의 체격을 보면 하나같이 여자들이 남자들의 체격보다 컸다. 흡사 비만이라고 하지만 어찌 보면 먼 옛날 미녀의 상징인 베누스(고대 이탈리아의 여신)의 모습을 닮았는지도 모른다. 실제 마오리족 남자들은 여자들이 풍만해야 미녀로 여기는데 이것은 벌써 알려진 인류학적으로 다산을 상징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양쪽 의자 사이에 비만한 여자 두 명이 마주 서서, 얘기를 하고 있는데 엉덩이는 말할 것 없고 아랫배와 젖가슴은 마치 물을 가득 채운 고무풍선같이 출렁이었다. 두 여인의 배와 배의 간격이 7~8㎝ 정도였는데 나는 그 사이로 빠져나가야만 했다. 그 여인들도 다른 곳으로 비켜설 공간이 없었다. 그러나 나는 이번 정류장에서 꼭 내려야 했다.
안간힘을 써서 여인들의 아랫배 쪽으로 몸을 간신히 빼냈는데 축 처진 젖가슴 사이로는 머리를 뺄 수가 없었다. 몸을 쪼그리고 겨우 빠져나왔을 때는 이마에 땀까지 송골송골 돋아났다.
다음 차례가 또 한숨이 나왔다. 두 젊은 여인이 엉덩이를 맞대고 돌아서 있는데 엉덩이가 유난히 커서 그사이를 비집고 나온다는 것이 쑥스럽고 겁이 났다. 나는 마치 떡국 기계에서 밀려나 온 떡국같이 온몸이 땀에 흥건하게 젖었고, 숨을 헐떡이며 그 덩치 큰 엉덩이 사이로 억지로 빠져나왔다. 아무튼,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빠져나왔을 때는 기진맥진하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뉴질랜드는 인구가 400만 명인데 양이 5천만 마리가 넘는다고 한다. 양고기를 많이 섭취해서 아마도 비만한 사람이 많은 거 같다. 그 뒤로, 나는 뉴질랜드에서는 절대로 버스는 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로토루아 원시 상태로 방치한 노천 온천
뉴질랜드 북섬에, 위치한 로토루아 도시는 <'지열의 도시>라고 불릴 만큼 곳곳에 온천과 간헐천을 구경할 수 있다. 거리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와 특유의 유황 냄새가 이곳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로토루아시는 마오리족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고장이고 구경거리가 많고 신비로운 자연경관이 가장 많은 명소다.
로맨틱한 분위기까지 자아내는, 순 온천수를 사용하는 “플리네시안 스파” 목욕탕이 망망한 호수가 기슭에 설치되어있다. 나트률과 칼슘이 풍부한 온천수를 사용하는 노천 남녀혼탕에 몸을 담그고, 광활한 호수를 바라보면, 피로도 해소되고, 소름 돋는 거 같이 행복감이 스르르 밀려온다.
그래도 나의 마음을 끄는 곳은, 로토루아에서 북쪽으로 3 Km 가면, 완전 원시 상태로, 그대로 방치된, 호수 면적이 10헥타르 되는 ‘케로센 크릭’ 자연 온천 호수가 눈에 안겨 온다. 멀리서부터 유황 냄새를 맡을 수 있고, 온천수 색은 약간 누른색이 비치며, 하얀 수정기가 항상 호수를 자욱하게 뒤덮고 신비의 색채를 발한다.
온천에서 하구에 2m 너비의 온수가 1년 내내 거침없이 흐르고 있다. 온도는 40~41도 사람들이 몸 담그고 헤엄치며 놀기 딱 좋은 곳이고 온도도 적당하다. 온천 호수에서 200m 아래로 내려가면, 계곡 온천에 조그마한 폭포가 있다. 폭포 하구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뜨거운 수증기만 바라보아도 온몸이 훈훈하다,
찾아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미국, 영국, 유럽, 남미, 아시아의 젊은 남녀들이다. 젊은 사람들의 피부 또한 눈을 새롭게 한다. 그녀들이 수영하면서 물 위로 솟아오를 때 아가씨들의 피부는 마치 제주도 바다 갈치같이 반짝이고 눈 부시였다. 유럽의 금발 여인들의 독특한 매력은, 우아한 곡선과 자신감 넘치는 자세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아가씨들은 남자들 사이에서 조금도 쑥스러워하는 기색 없이 헤엄을 친다. 온천수의 누른색과 무리를 지은 금발 아가씨, 그리고 야자수 나무와 잎이 무성한 관목 나무로 새어 나오는 황금빛 햇살이 멋있게 조화를 이루어 노천 온천은 온통 황금빛으로 자욱하게 뒤덮였다.
물 위로 솟아 있는 흑갈색 바위와 누런색의 광물 조각, 그리고 오색영롱한 햇빛이 서로 희석되어 물 표면색은 마치 호박 엿같은 아름답고 단아한 색을 뽐낸다. 어린 손녀 둘은 한번 물에 들어가면 도저히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요리조리 사람들 사이로 헤엄치며 장난치는 모습은 마치 야생 청둥오리같이 영리하였다.
뜨거운 물 속에서 때때로 차가운 바람이 스쳐 지나가면 그 상쾌함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자연과 하나가 되는 이 순간, 푸르른 자연 속에서 노천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정말 즐거움, 감미로움, 황홀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월등한 환경이지만 도로도 제대로 수리하지 않고 있다, 승용차도 겨우 달릴 정도로 오솔길보다 조금 넓은 길밖에 없고, 달랑 화장실 겸 탈의실 하나만 있을 뿐이다. 만약 한국이나 중국이라면 벌써 굉장한 규모로 개발했을 것이다. 미국에서 거액의 자금을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정부에서 거부했다고 했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레드우드 나무 “소나무”
로토루아시에서 차로 15분 정도 호수를 따라 남쪽으로 가면 높이가 약 70ｍ 되는 거대한 레드우드(즉, 소나무) 나무로 조성된 숲이 펼쳐진다. 세계 2차 대전 후에 조성된 숲이지만 나무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빨리 자랐다고 한다. 레드우드는 낙우송과에 속하는 상록침수이고 다 자라면 90ｍ. 아파트 30층 정도 높이로 자란다고 한다.
아침 일찍 아들과 함께 남쪽 레드우드 숲으로 갔을 때 입만 딱 벌어지고 말이 나오지 않았다. 우람하고 미끈한 레드우드 나무들은 마치 쇠 파이프를 즐비하게 세워 놓은 것처럼 일직선으로 아슬아슬하게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빽 빽 한 숲을 이루고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 세계에서 몸체가 가장 큰 나무,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살 수 있는 나무, 레드우드는 나무 중에서 세계 으뜸의 타이틀을 모두 가진 셈이다.
레드우드 나무속을 관통하여 차가 다닐 수 있도록 닦은 ‘레드우드 도로’가 있다고 하니 그 몸체가 얼마나 큰가를 짐작할 수 있다. 방대하고 거대한 숲속에서 서 있노라면 모든 것이 압도된 것 같고, 나 자신의 존재조차 땅에 떨어진 낙엽같이 작아 보였다. 우람하고 날씬한 멋쟁이 나무 앞에서 어찌 표현할 수가 없어 그저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양팔을 펴서 밑동이 둘레를 재보려는 시늉만 하며 감탄만 연발할 뿐이다. 경탄하며 숲속으로 걷다 보면 나무들이 키가 너무 높아서 나무 꼭대기는 보이지 않았다. 하늘도 나무들이 찌를 듯한 기세에 놀랐는지 간혹 얼굴을 스치고 있다. 아슬아슬하게 보이는 초록색 나뭇잎 사이에는 안개인지 구름인지 분간을 할 수 없는 수증기가 감돌고, 새소리도 바람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정적 속에서 흡사 나 자신이 신비의 세계로 빠져들어 가는 것 같았다.
숲속에서 약간의 송진향인 듯한 맑고 시원한 공기를 들이켜면. 온몸에 있는 나쁜 기운이 모두 빠져나갈 듯했다. 레드우드 숲을 감돌며 흐르는 계천 물은 너무나 맑고 투명하여 물소리만 안 들리면 혹시 계천에 물이 없는 것 같이 느껴졌다. 계천을 따라서 올라가다 보면 계천의 원천인 '냉천'이라는 정수기 물보다 더 깨끗한 맑은 물이 콸콸 솟아나는 큰 샘이 있다. 지금까지도 그 '냉천'의 깊이를 알 수가 없다고 한다.
로토루아시에서 차로 20분 정도 북쪽으로 가면 남쪽 레드우드 숲보다 장관인 북 레드우드 숲이 펼쳐진다. 여기에는 개방이 되어 평일에도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고 독특한 "레드우드 트리 워크"를 체험할 수 있다. 즉 레드우드 나무 사이로 구름다리를 만들어 놓고 그 위에서 산책할 수 있는 시설이다.
한 사람이 올라가면 뉴질랜드 달러로 25불 (한화로 12.500원)이다. 레드우드 구름다리로 걸어 다니는 거도 이색적인 체험이다. 우람하고 미끈한, 높이를 알 수 없는 숲속으로 깊이 들어가다 보면 신선하고 맑은 기운이 얼굴을 스칠 때마다 혹시 다른 세상, 선경에 오지 않았는지 하는 착각이 들 때도 있었다. 이런 원시 생태 때문에 이곳에서 "쥬라기 공원" 등의 영화도 촬영되었다고 한다. 뉴질랜드 사람들은 자연을 살려서 자연의 혜택을 누릴 줄 알고 있었다.
(다음호에 계속)
/남태일
http://www.hmzxinwen.com/news/27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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