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차이나타운이 있다면 서울에도 중국거리로 유명한 곳인 차이나타운이 있다. 이중 가리봉동과 대림동이 대표적이지만 또 다시 새로운 제 3의 중국거리로 급부상하는 노유동 중국거리가 있어 서울시민과 중국동포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시 광진구에 속해있는 노유동은 남쪽으로 한강을 사이로 강남구 청담동과 마주하여 있고 또 유명한 뚝섬유원지가 있어 한강의 풍치를 즐기는데 안성맞춤한 곳이어서 요즘 중국거리로 변신하면서 더욱 인기를 모으는 장소로 되고 있다.
이곳에 가면 우선 수십 곳의 중국요리집이 한 눈에 안겨온다. 한글보다 한자로 쓴 간판들, 더욱이 붉은 바탕에 쓴 간판들은 얼핏 보기에도 중국의 거리임을 벌써부터 보아낼 수 있다.
한자로 쓴 “正宗中國食品”, “國際電話房”, “延吉冷面”, “故鄕飯店”, “延吉串店” “東北風味” 등 생소하면서도 정겨운 간판들이다.
노유동에 중국거리가 생겨나게 된 것은 이곳의 지리적 환경과 문화적인 요소와도 갈라놓을 수 없다고 한다. 일찍 2002년 월드컵 당시에도 뚝섬유원지에서 치러지는 응원행사에 중국동포 1,000여명이 참여하여 “대한민국”을 목청껏 불렀던 곳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유동이 서울에서 세 번째 중국거리로 불리게 된 것은 7~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봐야 한다.
노유동은 지하철 2호선과 7호선이 통과되는 편리한 교통과 주변에는 노륜산시장, 성수동 공단이 있어 취업을 위해 입국한 동포들에게는 최적의 거주지역로 인정받았다. 또 주변에는 뚝섬유원지와 어린이대공원이 있어 휴식시간을 즐기고 문화생활에 대한 추구가 강한 동포들에게는 위안과 향수를 겸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거기에 젊은이들의 거리로 유명한 로데오거리와 건국대학교, 한양대학교까지 있어 동포들에게 안정적인 장소로 인정받는 장소이다. 현재 건국대학교에 재학 중의 중국유학생들만 해도 수백명에 달하며 올해에는 중국출신의 동포교수가 이 학교에서 전문 중국어와 영어를 가르치기도 한다.
이런 자연 우세로 하여 건대입구역을 중심으로 노유동의 중국거리가 형성되여 가고 있는데 현재 이곳을 중심으로 광진구에 거주하는 동포들이 1만3천여명인 것으로 법무부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거주하는 동포들이 늘어남에 따라 눈에 띄게 변하는 게 바로 먹 거리 시장이다. 우선 다양한 음식점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는데 현재 이곳에 있는 중국식음식점만 해도 40여개, 중국식품점이 8개가 된다. 거기에 전문 중국화물운수를 대행해 주는 업체들도 6개가 된다. 또 국제전화방은 이곳에서 중국동포들이 제일 많이 이용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리 뭐라고 해도 이 거리에서 제일 관심가는 것이 먹 거리 시장일 것이다. 특이한 중국식간판에 이어 독특한 향기를 뿜기는 양꼬치구이며 건두부 요리, 중국음식들 이 모든 것들은 중국동포들이 이 자리에 머물러 있게 하는 “마술사”이기도 하다.
이중 대표적인 음식점은 연변에서도 잘 알려진 유명한 “풍무뀀점”과 “연길냉면”이다. 이미 구로동에 한국 본점을 둔 “풍무뀀점”은 이곳에 두 번째 분점을 두면서 그 맛과 유명세를 다시한번 과시하고 있다. “연길냉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동대문에서 시작한 이 음식점은 연길이라는 특수성과 연변의 맛을 그대로 자랑하기에 많은 중국인들과 내국인들이 즐겨찾는 장소였다. 하지만 노유동에 새로운 중국거리가 형성되는 기미를 보이자 바로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현재 “연길냉면”은 한번에 130명을 용납할 수 있는 큰 공간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그 음식 맛까지 소문나 동포들이 행사를 치르거나 모임을 가질 때면 당연히 찾아야 하는 장소로 되었다. 그만큼 장사가 잘 되는데는 그만의 비법도 있다. 이곳에 온지 벌써 4년을 맞은 허사장은 동포들의 생활도 차츰 바뀌고 있다고 하면서 전에는 먹고 마시면서 허송했지만 경기가 어려워서 그런지 요즘은 많이 절약하는 편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자기의 음식점은 단골손님들 때문에 늘 손님이 차 있는데 주말에는 예약없이 오는 손님들은 한두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라고 하면서 못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몇년전 중국식당이 한 두 곳 생기던 노유동 거리는 현재 중국동포들이 음식점을 차리기 위한 제1의 투자대상이라고 수년째 부동산업을 하고 있는 김지연 씨는 말한다. 김사장의 말에 의하면 자기의 손을 거쳐 잡아준 식당만 해도 7곳이 되는데 식당마다 장사가 잘 되어 그의 마음도 기쁘다고 한다. 그 덕분으로 맛있는 중국음식도 자주 얻어먹는다고 하면서 중국거리로 급부상하는 노유동에는 음식 맛도 좋고 인정 많은 고장이라고 하면서 앞으로 더욱 동포들이 늘어나게 될 것 같다고 말한다. 또 집을 얻으러 오는 동포손님도 하루에 4~6명은 된다고 한다.
이 거리가 중국전통음식의 거리로 부상하자 광진구에서도 다양한 문화행사와 축제로 기쁘게 맞아주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지역 상인들과 함께 중국음식문화축제를 벌려 광진구에 거주하는 동포들뿐만아니라 인근 대학교의 학생들까지도 참가하여 다문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곳을 찾아오는 동포들이 늘어나게 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이유인즉 동포들도 인건비가 비싼 강남을 선호하기에 출퇴근이 편리한 지역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노유동이 중국동포들의 거리로 변신하면서 노래방과 같은 업소들에도 새로운 변화가 생기고 있다. 이곳에도 대림동이나 가리봉동처럼 노래방마다 중국어노래가 있어야만 장사가 된다고 H노래방 주인은 말한다. 처음에 그도 중국노래에 대한 관심이 없었지만 찾아오는 손님들이 중국노래가 없어 되돌아가는 것을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설치했는데 이제는 그 대가를 톡톡히 보고 있단다.
또 음식점 못지않게 잘 되는 장사가 있다면 전화카드장사이다. 중국동포들이 대부분 휴대폰만 사용하기에 국제전화카드에 대한 집착은 더 강하다. 국제 전화방을 운영하고 있는 송지연사장도 그 참맛을 톡톡히 보고 있단다. 5년전에 차린 이 가게에는 중국동포들이 저녁이면 중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전화를 거느라 줄을 잇고 있다. 동포들이 “요금이 저렴한 국제 전화로 가족과의 대화를 나누면서 눈물을 흘리는걸 보면 자기의 마음도 아프다.”는 송지연사장은 “요즘 들어 중국동포들이 많이 늘어나는 추세이다”면서 앞으로 이 거리는 중국동포의 거리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현재 서울에 거주하는 동포들의 현황을 보면 지하철 7호선을 따라 형성이 되어가고 있다는 재미나는 사실이 알려지고 있다. 한중수교 후 중국동포들이 국내에 입국하면서 형성되던 거주지는 지하철 1호선과 2호선을 따라 구로공단을 중심을 형성되었다면 이제는 새로운 노선인 7호선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새로 도약하는 서울시, 새로운 도시로 거듭나는 서울시의 변화와 함께 동포들의 거주현황과 마음마저 바뀌면서 이제 그 새로운 상권까지 형성되면서 “이제 죽어가는 서울의 거리를 중국동포들이 살려줄 날도 오지 않을까?”하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해 본다.
/본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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