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필자는 중국 남동부에 위치하고 있는 복건성을 다녀왔다.
5월 초순이지만 무더운 날씨는 서울의 삼 복철 더위도 무색하게 할 만큼 햇볕도 뜨거웠다. 게다가 습하기까지 하였다. 일기예보에서는 우천이 아니면 35~37도를 웃도는 날씨라고 한다. 4박5일간의 패키지여행이 잡혀있어 빼도 박도 못하고 따라다녀야 하는데 참 고민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부질없는 노파심.
첫날 무이산을 찾는 순간 고민도 잠시 아름다운 절경에 흠뻑 빠져 대오에서 늘 뒤 처지군 했다. 날씨도 우리 일행편인 듯 했다. 전날까지 비가 왔다는데 우리가 도착하는 곳마다 비도 그치고 날씨도 뜨겁긴 하지만 견딜 만 했다. (아마도 눈길 닿는 곳 마다 펼쳐지는 절경에 더위도 잊은 듯하다.)
무이산은 유네스코지정 세계 문화, 자연 복합유산중 하나로서 유구한 역사와 유명한 차생산지로 알려져 있다.
오늘은 무이산구곡(武夷山九曲)의 대나무 뗏목 표류(九曲溪竹排漂流)기를 적어 볼 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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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이산 관광구 입구 |
무이산여행의 첫 코스로 우리 일행은 대나무 뗏목 타고 구곡을 표류했다.
굵은 대나무 7-8대를 엮은 뗏목 두 개를 하나로 묶어 만든 뗏목에는 6명이 함께 탈수 있게 죄석이 되어 있다. 뗏목마다 뱃사공 두 명이 앞뒤에서 노를 저어서 표류한다. 가이드의 말로는 물이 뗏목위에까지 올라와 신발을 적실 수 있으니 신발 보호 비닐을 준비하라고 한다. 전신 무장을 한 우리 일행은 출발지를 둘러 볼새도 없이 차례에 따라 한 뗏목에 올랐다. 사공은 남녀 두 사공으로 짝을 지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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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곡표류 출발지 |
구곡표류는 1곡부터가 아닌 9곡에서 출발하여 1곡에 이르는 코스다.
강원도 동강에서 표류 해본 적 있는지라 스릴 즐길 준비도 되어 있었지만 구곡은 개천이 평평하게 흘러 급류를 만나는 등 짜릿함은 없었다. 그러나 개천 따라 펼쳐지는 절경에 연신 탄성이 터졌고 철퍽이는 물길에 신발이 젖는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비디오 촬영이며 사진 찍기 삼매경에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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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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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상동물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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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유봉(双乳峰) |
멀리 보이는 사찰들이며 깎아지른 듯한 절벽, 구곡의 백운암, 8곡의 형상적으로 보이는 쌍유봉이며 보는 이의 안목에 따라 볼 수 있는 수상동물원, 품자 모양의 품자암, (일명 유교, 불교, 도교를 가리키는 삼교암이라고도 한단다.) 7곡의 무이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라는(해발 717미터) 삼앙봉,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절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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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쇄포암 (선장암) |
6곡에 있는, 계곡 양쪽에 높은 절벽이 막아 소리를 지르면 양쪽 절벽에 메아리가 부딪치며 멀리 퍼져나간다는 향성암.
향성암에 이르러서는 메아리를 들어보려고 소리 지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소심한 성격에 소리 한번 질러 보지 못한 것이 조금은 후회가 된다.
멀리서 보면 주상절리대를 방불케 하는 도끼로 깎은 듯한 수 십 길의 바위가 절벽을 이루고 있는 쇄포암, 그리고 천유봉(天游峰) 밑으로 수직으로 내리 뻗은 절벽에는 수천수만의 폭포가 흐른 자국이 있는데 그 웅장한 모습이 마치 신선의 손바닥 같다고 하여 선장암(仙掌岩)이라고도 한단다. 다시 봐도 웅장함과 수려함에 절찬이 절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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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선이 옷을 갈아 입었다는 갱의대 |
산과 물이 어우러진 절경을 따라 다 달은 구곡의 중심 5곡.
"오곡은 산이 높고 구름 깊어 언제나 구름비에 평림은 어둑하네." 라는 시구가 있듯이 우리 일행이 오곡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반갑지 않은 비가 우리를 맞았다. 그러나 절경을 조금이라도 더 담으려는 우리를 막지는 못했다. 오곡에 있는 신선이 옷을 갈아입은 곳이라는 갱의대(更衣台), 절벽위의 호리동(狐狸洞) 등 저마다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다음은 4곡.
도가가 대장경을 숨겨 두었다는 엄청난 바위로 이루어진 대장봉.
대장봉 절벽에는 구과암과 금계동이라는 두 개의 동굴이 있는데 구과암에는 벼가 자라고 금계동(金鸡洞)에는 선관(船棺)이 있다고 한다. 어떤 사연이 있어 그 깎아지른듯한 절벽에 볍씨를 가져갔고 또 그 곳에 관재와 유골이 있는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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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계동 |
건너편 제시암에는 새겨 놓은 시들로 가득한데 시의 내용보다는 어떤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또 어떻게 이 험악한 절벽에다 저 많은 시구를 새겼을 까 하는 의문과 호기심이 앞선다.
그리고 신선이 낚시하던 곳이라는 선조대. 바위 틈새로 비스듬히 나와 있는 물건을 나름대로 해석하여 강태공이 이곳에서 낚시질을 했다며 낚싯대라고 한단다.
3곡에 이르면 소장봉이 나오는데 천길 절벽 중턱에 배모양의 목재 관 즉 가학선관과 선관을 고정시키는 목판이라는 홍교판이 보인다. 신선이 하늘로 날아가면서 남긴 배라는 설도 있고 고대 남방 소수민족이 사용하던 관이라고도 한다.
2곡에는 옥녀봉이 유명한데 여기에도 전설이 있다고 한다.
옥녀는 옥황상제의 딸로서 하늘에서 살았는데 아버지 몰래 구름타고 인간 세상에 내려 왔다가 무이구곡의 산수에 매료되어 돌아갈 줄을 몰랐다. 그러던 중 대왕과 알게 되어 서로 사랑을 하여 자식을 낳고 인간세상에서 살았다. 이를 본 철판도인이 옥황상제에게 고하였고 이에 옥황상제는 크게 노하여 옥녀를 잡아오도록 하였다. 옥녀가 뜻을 꺾지 않자 절반도인은 마법을 써서 옥녀와 대왕을 돌로 만들어 계곡의 양쪽에서 서로 만나지 못하게 하였다고 한다. 그 사이에는 철판도인이 대왕봉과 옥녀봉이 만나는 것을 막고 있다는 철판장이란 병풍바위가 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관세음보살이 대왕과 옥녀를 불쌍히 여겨 옥녀봉 맞은편에 면경대를 두어 서로 얼굴을 비춰보게 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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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문 |
드디어 표류의 마지막 일 곡인 1곡.
1곡에는 만정봉과 전설에서도 나왔던 대장봉이 있다.
계곡 양쪽의 암벽들에는 글들이 많이 새겨져 있는데 그 중에는 명나라 때 왜구를 정벌하여 명성이 높은 장수였던 척계광의 시도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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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중에 척계광의 글도 새겨져 있다. |
약 한 시간 반의 시간을 거쳐 표류한 무이산구곡(武夷山九曲).
지루할 법도 한 시간이었지만 산과 물과 나무가 어우러진 절경은 한눈 팔 기회를 주지 않았다.
산은 물이 없으면 수려하지 않고
물은 산이 없으면 맑지 못하다.
골짜기 골짜기마다 산이 돌아가고
봉우리 봉우리마다 물이 감돈다.
（山无水不秀 水无山不清
曲曲山回转 峰峰水抱流）
한마디로 산과 물과 나무가 어우러져 절경을 자랑하는 무이산구곡에서의 표류는 무더운 날씨도 잊게 하는 신선놀음인 것 같다.
/정명선
http://www.hmzxinwen.com/news/19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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